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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576년 전 정보대칭사회를 열고자 한 정신을 계승하자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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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 년 경 문자가 발명된 이후 인간의 지식과 정보는 널리 기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록정보가 공유되기 위해 필요한 정보기술인 ‘종이’는 이후 수천 년이 지난 AD.50여 년 경에 발명되었다. 역사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자와 종이책의 발명 이후 정보공유기술은 정보화 사회에 불을 붙인다. 다만, 글자와 종이책을 구하기 위해서는 배움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부와 권력이 필요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 권력을 공유하기보다는 지키는데 힘쓰기 시작한다. 정보 권력에 맛을 본 이들이 이너써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정보가 공유되는 것을 막기 시작한다. 문자가 널리 퍼지는 것을 방해하고, 대중에 대한 우민화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정보도서를 불사르는 분서갱유나 일반인이 성경에 쉽게 접하지 못하도록 라틴어로 성경을 강독하는 일도 있었다. 대중이 권력을 잡으면 위험하고, 국론이 분열되어 국가와 사회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패망한 것은 지도자들 때문이었지 백성 때문인 경우가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언문(훈민정음)이 널리 퍼지는 것을 반대한 정보 이너써클들이 있었다. 이들은 언문의 보급으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관계를 내세웠지만 실제 집현전의 수장이었던 최만리의 상소에서 볼 수 있듯이 백성이 글을 배움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정보권력의 누수를 우려하며 한글 보급을 반대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정보 권력에 대한 독점과 우민화 정책의 흔적은 아직도 현대사회에 남아 있다. 대한민국 표준국어대사전에 ‘대중(大衆)’은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사람을 말하며,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수동적ㆍ감정적ㆍ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진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중을 개돼지나 레밍(자살 쥐)으로 정의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보 비대칭을 통한 이너써클의 정보권력 독점을 합리화하려 했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국어사전에 아직도 대중들을 비하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     표준국어대사전

 

2022년은 한글날 576돌을 맞는 해이다. 한글날의 취지는 과학적인 한글을 창제한 것을 축하하자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세종대왕께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있지 못하던 지금으로부터 576년 전에 전 세계 어느 국가, 어느 민족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정보대칭 시대’를 선포했음을 의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문을 통해 여성들도 5백여 년 전부터 글을 읽기 시작했고, 백성들이 정부의 소식인 방을 보기 시작했다. 하류 계층도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576년이 지난 지금도 국어사전에 정보 비대칭을 정당화하는 의도가 남아있다. 이런 식으로 대중(大衆)을 정의하고 있다면, 한글창제정신을 우리 스스로 위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봐야 한다. 2022년 한글날이 576년 전 세종대왕께서 선포하신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정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중의 정보 접근권을 존중하는 정보대칭시대를 만들어 나아가기를 다짐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박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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