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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세종대왕께 면목이 없습니다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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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어제 훈민정음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노라/ 내가 이를 위해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것이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훈민정음 언해본(諺解本) 현대어)

 

오늘(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신지 576돌을 맞는 '한글날' 이다. 

 

우리나라는 1)삼일절(3/1), 2)제헌절(7/17), 3)광복절(8/15), 4)개천절(10/3), 5)한글날(10/9)을 5대 국경일로 지정, 법정 공휴일로 정해놓고 이날을 기념해 오고 있는데 그중 한글날은 1991년 이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22년만인 2013년부터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언어 창제를 기념하는 날은 우리나라의 한글날 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한글날을 22년간 국경일 겸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국경일로 재지정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여겨진다.

 

▲ 세종대왕 초상(肖像)


역사적으로 보면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에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다고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1926년 지금의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 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여덟회갑(48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당시 한글을 일컫던 이름인 '가갸글'을 좇아 제1회 '가갸날'이라 불렀다. 

 

그 후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은 뒤 1928년 ‘한글날'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천(天), 지(地), 인(人)을 결합시켜 만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글자인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첨단의 '음소문자(音素文字)‘로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 상기’음소문자‘란 한 글자가 하나의 낱소리를 가진 문자를 말한다)

 

또한 세종어제(世宗御製) 서문과 한글 창제의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은 1962년 우리나라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 10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글을 말하고, 듣고, 쓰기를 일상화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하는 한글의 가치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세종대왕께 면목이 없을 지경이다.  

  

영어를 섞어 말하지 않으면 무식하다고 생각하는지, 대화 중에 반드시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 

쉬운 순수 우리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어려운 한문을 쓰는 사람... 

자그마한 가게 하나 차리면서도 굳이 외국어 상호를 써야 빛이 난다고 믿는 상인들...(한글날이 국경일로 재지정 돠었던 2013년, 세종로 간판 중 30%가 한글없이 영어로만 제작됨 / 2013. 10. 10., ’조선 뉴스 프레스‘) 

 

특히 요즈음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한글의 가치가 비하 되는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늘 페이스북에 한 젊은 남성이 올린 글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페친들, 오늘 하루만이라도 영어 쓰지마시고 한글로....ㅋㅋ" 

 

마치 한글은 영어에 비해 뒤떨어지는 언어지만 그래도 우리 말이니 한글날만이라도 한글을 사용해주자는 뉘앙스이다. "한글날만이라도 영어쓰지 말자"라는 말은 한글날의 의미를 왜곡하는 매우 참담한 발언이다. 더욱이 말미에 "...ㅋㅋ"은 비웃음 같기도 하고..... 

 

또한 나와 페이스북에서 친구 관계를 맺고있는 유명한 한 여성 탤런트는 매번 올리는 글이 모두 영어다. 영어권인가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도 아니고..... 아마도 영어를 잘해야 인기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모두가 세종대왕께 엎드려 백배사죄를 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글을 마구 변형 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 핸폰 구입했씀뎡~~^^ 핸폰이 커셩 사진도 잘보여영ㅡㅡ사진좀 이뿌게 찍어셩 올리시와용 ㅡㅡ...내폰 대빵커용 ㅋㅋ못생긴 아찌 댓글 없댱 ㅡㅡ^^♥♥”♥♥제발 얼굴 반땅 싫엉♥♥셀카 제발 고개 좀 숙이고 ㅎㅎ콧구멍 보인거 실엉 ㅋㅋㅋㅡㅡ울 동생이랑 프로필 사진보고 배꼽 잡어용ㅋㅋㅋㅡㅡㅡ못찍겟씀 내가 찍어주고 잡넹 ㅎㅎ남정네들도 얼굴관리 하기요 ㅎㅎ~~~~~^^^^

 

내겐 '탐라도' 사투리보다 더 어렵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한글'이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변형된 한글을 찾아볼 수 있다. 

 

했어요→해서욤 / 주세요→주세여 / 좋아해요→좋아해욤 / 안녕→안뇽 / 하세요→하삼 / 대박→대봑 / 맛있다→마시땅 등등..... 

 

이렇듯 한글을 변형시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아무 이유 없어요, 요새 다 그렇게 말해요"라고 쉽게 대답한다. 

 

한글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다. 그러므로 한글을 마구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훼손이다. 아주 중대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오늘은 우리 한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언어인 '히브리어'는 우리 한글에 비하면 매우 유치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들이 비록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았던 '디아스포라'였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민족적 자부심과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왔고 결국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들의 말과 글을 아끼고 잘 간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은 한글날을 맞아 국악 관현합주곡인 '여민락(與民樂)’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민락은 문자 그대로 세종대왕께서 백성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만든 음악으로 '용비어천가'의 가사 위에 얹은 음악이다. 

 

이 곡은 용비어천가의 1장, 2장, 3장, 4장, 그리고 125장의 가사를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던 성악곡이었으나 지금은 가사가 없어지고 기악곡으로만 남아있다. 향피리,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북, 장고, 아쟁, 소금으로 이루어진 관현악 합주곡이다. 원래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7장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여민락’ / 연주, 국립국악원 정악단. 

 

합주단의 우측에 서서 박(拍)을 치는 사람을 '집박'(執拍)이라 한다. 집박은 지휘자의 역할을 하며 연주시 박을 한 번 쳐서 시작을 알리고 박을 세 번 쳐서 끝을 알린다. 

  

우리가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이유는 단지 한글을 만든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 외에도 균화(鈞和)라는 악명(樂名)을 가지고 악보를 정리하게 했는가 하면 수많은 서적을 편찬하게 하는 등 문화예술을 융성케 하는 성군으로서의 통치 마인드 때문일 것이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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