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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꼼수가 아닌 묘수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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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5. 06

 

‘꼼수’는 상대의 실수를 노려 이득을 보려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 정의된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두는 짧은 수이기도 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꼼수 전략은 전략이나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얻는 만큼 잃는 것도 클 수 있다. 그래서 하수들이 쓰는 수라고 한다. 

 

반면 ‘묘수’라는 말이 있다.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생각해 내기 힘든 좋은 수’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는 윈-윈(win-win)이 되는 수를 말한다. 나의 목적에 부합되면서도 상대 또는 사회 전체에 이익이 가는 적당한 타이밍의 전략이나 정책을 말한다. 

 

무엇이 묘수인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노인이 숨을 거두면서 세 아들에게 유언을 했다.

 

“소 17마리가 내 전 재산인데 큰아들은 반을, 둘째 아들은 3분의 1을,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갖고 잘 키우도록 해라.”

 

아버지 장례를 끝내고 유산으로 남긴 소 17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려 했다. 그런데 유언대로 소를 잘 키우면서 나누기가 곤란해졌다.

 

큰아들의 몫인 절반은 17÷2=8.5로 ‘8마리 반’이니 잘 키우라는 소 한 마리를 반으로 잘라 죽여야 했고, 둘째 아들은 17÷3=5.666... 마리이고, 셋째 아들은 17÷9=1.888... 마리로 계산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아들은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고 어진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어진 이는 자신의 소 한 마리를 더 보태어 18마리 (17마리+1마리)로 만들어 아버지의 유언대로 소를 나누어 주었다.

 

큰아들 몫은 절반이니 18마리 중 소 9마리(18÷2)를, 둘째 아들은 3분의 1인 소 6마리(18÷3)를 갖고, 막내아들은 9분의 1인 소 2마리(18÷9)를 갖도록 했다. 이렇게 나누어 주었는데 총 17마리를 나눠주게 되어 오히려 한 마리가 남게 되었다. (9+6+2=17)

 

“남은 1마리는 원래 주인인 내가 가져가겠네.” 

 

현자의 ‘묘수’에 세 아들은 무릎을 쳤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었고 아버지가 유언한 자기들 몫보다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묘수를 다른 말로 ‘포지티브섬 전략’이라 한다. 상호 호혜를 기본으로 하는 포지티브섬은 상호 이익을 누리는 전략이다. 

 

물론 ‘꼼수’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긴급상황일 때는 꼼수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나뉘는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꼼수가 바로 ‘재난지원금’이다. 재난지원금은 1회성의 단기적 꼼수다. 정치적 결정에 기재부에서는 끝까지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국민 100%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13조 4천억원을 지출하고도 국민소득에는 01.6배 즉, 2조 6천억원 정도밖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지출이다. 더구나 3차 추경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실제 경제위기나 실업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미국은 실업률이 20%가 넘었다고 한다. 우리도 연말이나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에서 반대했던 이유라고 본다. 

 

대안 없이 급한 마음에 사용한 전략이니 나중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13조 4천억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꺼려했다고 하니 꼼수임에는 틀림없다. 예산과 국고손실이라는 대가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급한 상황이니 나중을 생각지 않고 추진한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꼼수도 시급성에 따라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경제위기에 더 이상의 꼼수로 쓸 재원이 없다. 이제부터 위 유언 이야기에서 나오는 묘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지혜를 모아 이 묘수를 찾아낸다면 분명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 관료들이 코로나 발현초기 기업들에게 빠른 허가를 약속하고 테스트 기기를 만들도록 요청한 것이 대한민국이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넘어가게 한 묘수였다고 본다. 

 

이번 경제위기에는 경제 관료들이 국민의 집단지성을 모아 묘수를 찾아내어 주길 바란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KECI | 2020.05.06 19:58 | 조회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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