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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북칼럼]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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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이하여 ‘죽음’이라는 어려운 명제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인가? 인간은 살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인가? 내 자손들에게 부와 권력을 내려주면 내 삶이 연장되는 것인가? 그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철학과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내 인생은 내 관점으로 해석된다. 나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나를 중심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죽을 때 자신의 묘비명도 자기 스스로 적어 놓고 저세상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부고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망 시점이라는 순간에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뉴욕타임스의 부고기사 모음집을 보면서 역사와는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고기사는 역사가 아니라 사망 상태의 망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회고록이나 묘비명이 나중에 평가되는 각색된 역사라는 점과는 달리 부고기사는 사망이라는 엄숙한 사건이 일어난 당시를 설명한다. 따라서 부고집의 내용들은 역사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역사가 된다. 살아왔던 사실과 이를 사망 당시 평가한 부고집, 더불어 회고록이 인간의 삶을 완성시키는 구성도가 되는 것이다.         

 

유사한 책이 한 권 더 있다.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다. 김정운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이며 살아온 족적이 명품시계도, 훌륭한 집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만으로는 후손들에게나 남겨진 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없다고 단언하며 삶에 있어 스토리가 남는 남자의 물건을 남길 것을 제안한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담긴 그 무엇을 남기는 것이 인생의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목적이자 진정한 성공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부고집은 남자의 물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과 평가다. 부고집에는 부고 대상자가 인생을 잘 살았고, 무엇을 잘했고로 평가하지 않는다. 위인전이 아닌 그냥 사망 당시 세상이 바라보는 그의 삶이 촌철살인으로 적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욕심이 하나 생겼다. 내가 죽으면 내 주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쓴 부고기사 써달라 부탁하는 것이다. 나만의 부고기사를 모은 부고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을 적은 회고록과 사망 당시 내 삶을 바라본 이들의 부고집이 합본이 된다는 가정 하에 삶을 살아간다면 좀 더 객관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그리며 말이다.  
 

 

박항준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공)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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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립토경제의 미래

•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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