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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파트너를 바꾸지 마세요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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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한 여인이 생각난다.

 

‘체인징 파트너스(Changing Parthners)’, ‘테네시 왈츠(Tennessee Waltz)’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컨트리송 여가수 ‘패티 페이지(Patti Page)’이다.  

 

지난 2013년 1월 1일 향년 85세의 일기로 미국 샌디에이고(San Diego)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난 그녀는 1947년 가수로 데뷔하여 생전에 총 1억 장 이상의 앨범이 판매된 전설적인 가수이다. 

 

특히 1951년에 발표한 ‘테네시 왈츠’는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그녀에게 안겨주어 지금까지 1천만 장 이상의 음반이 팔려나갔다.

 

더욱이 이 테네시 왈츠는 테네시(Tennessee)주의 주가(州歌)로 공식 채택된 바 있으며, 패티 페이지는 이 곡으로 ‘왈츠의 여왕’이라는 애칭도 얻게 되었고 이어서 ‘체인징 파트너스’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얻어 두 차례에 걸쳐 그래미상(Grammy賞)을 수상하기도 했다.

 

▲ 패티 페이지의 전성기 모습


또한 가수 외에도 영화배우,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며 미국 3대 방송사인 NBC, ABC, CBS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최정상의 연예인이었다.

 

우리나라의 원로가수인 ‘패티 김(본명 김혜자)’이 1960년대 미 8군을 통해 패티 페이지의 노래를 접한 후 그녀처럼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 자신의 예명을 ‘패티’라고 정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패티 페이지는 6·25전쟁 직후 폐허가 된 한국인의 가슴속에 우아하고 감미로운 3박자 왈츠풍의 노래로 깊은 위로를 심어주었고, 코리아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조차 거의 알지 못하던 시절인 1963년 내한하여 서울 대한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후, 이어서 1979년, 1989년 두 차례나 다시 한국을 찾은 바 있는 우리에겐 고맙고 친숙한 가수이기도 하다. 

 

『We were waltzing together to a dreamy melody (우리는 꿈같이 멋진 멜로디에 맞춰 함께 왈츠를 추고 있었죠)

When they called out “change partners” (그들이 “파트너 바꾸세요”라고 말했을 때)

And you waltzed away from me (당신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어요)

Now my arms feel so empty (지금 나의 팔은 너무 허전해서)

As I gaze around the floor (플로어 주변만 쳐다볼 뿐이죠)

And I’ll keep on changing partners (그리고 나는 계속 파트너를 바꿀 거에요)

Till I hold you once more (당신을 다시 잡을 때까지.....)

Oh! my darling I will never change partners again (오! 사랑스런 그대여, 다시는 파트너를 바꾸지 않을 거에요)』

 

이런 노랫말에 의해 작곡된 ‘체인징 파트너스‘는 한 시절 패티 페이지가 불러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던 주옥과 같은 명곡으로, 그녀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파트너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필자는 9년 전 LA에서 그녀의 부음을 접하던 순간, 잠시 오래전 학창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음성에 가슴 설레던 추억마저 영면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는 노년을 향하는 필자에게 세월이 주는 동병상련의 정 때문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살아생전 그녀가 애타게 불렀던 ‘체인징 파트너스’라는 노래가 필자의 마음속에 또 다른 의미로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켜주었고 앞으로도 지켜줄 동맹국인 미국이라는 파트너가 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 이승만 전 대통령(뒷줄 중앙)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변영태 외무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다.(1953년 10월 1일, 워싱턴 DC)

 

6·25전쟁 휴전 직후 한국과 미국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지도 어언 69년이 되었다.

 

모두 6개 항으로 되어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마지막 부분에 보면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양국 간에 종료를 원하면 상대국에 통보하면 되고, 통보한 지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사실 이 조약은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체결했으나 약 1년 후인 1954년 11월 18일에야 발효되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 국회가 바로 이 조항을 바꾸려는 노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 기본 정책이 어떠한 나라와도 영원한 동맹을 맺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잘사는 나라가 가장 약하고 가난한 나라와 맺은 동맹이고 보면 모든 조건을 떠나 순수한 인도주의에 의해 맺어진 동맹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작금의 우리나라 안에서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여론이 비등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도 입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외치면서도 실상 자국의 정치적 유익을 위해 동맹국을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 일각에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원하는 애국자들의 입을 통해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가 유행어로 등장했겠는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계속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6·25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를 향해 험한 핵 위협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전 미국 의전 서열 3위의 정치 거물인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이 한미동맹의 결기를 가슴에 품고 내한하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 안보의 핵심”이라는 취지의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낸시 펠로시의 내한에 따른 설왕설래는 차치하고 우리는 그녀의 발언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이는 현재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체인징 파트너스’라는 노래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켜줄 상대를 알면서도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향해 “절대로 파트너를 바꾸지 말라”는 패티 페이지의 간절한 메시지로 느껴진다.

 

“지금 그가 멀어져 간 후 나의 팔이 허전함을 느낀다면 플로어 주변만 쳐다보며 망설일 것이 아니라 그를 용기있게 붙잡고, 다시는 파트너를 바꾸지 말라고.....”

 

필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패티 페이지의 권유대로 실행한다면 우리의 앞날에 승리와 평화가 펼쳐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들이 ‘파트너를 바꾸세요’라고 말했을 때 / 당신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어요 / 나는 계속 파트너를 바꿀거에요 / 당신을 다시 잡을 때까지..... / 오! 사랑스런 그대여, 다시는 파트너를 바꾸지 않을거에요.

Oh! my darling I will never change partners again“

 

 

패티 페이지 / 체인징 파트너스

 

6·25의 상흔이 채 아물기 전인 1963년, 한국에 찾아와 불러주었던 패티 페이지의 이 노래가 오늘 우리가 다시 불러야 할 노래로 여겨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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