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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대중주도사회! 훈민정음에 대한 정명(正名)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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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백성에게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만드는 것은 어느 나라나 사회든 기득권층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라틴어로 쓰여 있는 성경을 일반 성도들이 읽을 수 있었던 시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표음문자인 훈민정음의 반포를 반대했던 귀족들은 중국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지로는 똑똑해지는 백성들과의 마찰로 인한 기득권의 피해를 가장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지한 백성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면 무고한 관리를 고발하는 일이 넘쳐나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놓고 반대한다.      

 

하지만 세종대왕께서는 ‘백성들이 문자를 알면 책을 통해 법과 도리를 배우게 되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법을 몰라 죄를 짓는 일도, 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벌을 받는 일도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훈민정음'의 창제는 조선의 '대중주도사회(Crowd-based Society)'를 여는 첫걸음이었다 할 수 있다. 세종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백성의 정보 습득과 분석, 활용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읽고, 쓰는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니 쉽게 읽고, 쉽게 쓸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하는 것은 당연 목표이자 결과였다.      

 

대한민국이 평균 학력이 높고, 문맹률이 낮은 것은 전쟁 이후 교육열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읽고, 쓰기가 편한 '훈민정음' 즉 한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2000여 년 전 정보의 집적을 가능케 한 종이의 발명 이후 최고의 발명인 한글의 창제는 대중과의 정보공유를 내딛기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대중주도(Crowd-based)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게 된다면 ‘한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주도 사회의 가장 중심에는 이제껏 인류가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중담론(大衆談論)’이 있다. 대중주도사회는 대중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본질에 대한 담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대다. 네트워크 공유기술로 인해 대중의 의견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갖춰지고 있다.      

 

이제 대중(大衆)이 담론(談論)에 참여하는 자격과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껐 복잡하고 머리 아픈 주제는 지도자에게 맡기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었다. 정보의 우위에 있는 지도층에게 적합한 결정을 내리도록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대중은 마냥 나라님들을 비판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 대중(大衆)의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대다. 지도자들만이 임의대로 나랏일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구조는 이제 점점 끝나가고 있다. 대중담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 없이 리더의 일방적 결정이나 가스라이팅적 리더십으로는 대중의 반항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반면 대중의 책임도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중담론은 대중의 책임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반면 대중도 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귀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대중담론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것이 500년 전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후손인 우리의 임무다. 세계에서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가졌기에 우리는 21세기 네트워크 시대를 주도할 대중주도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      

 

훈민정음 28자로는 세계의 어떤 말도 문자로 표기할 수 있다. 그 나라, 그 민족에 맞게 발전해온 현지인들의 말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글자가 한글이다. 라틴어, 불어, 로마어, 독일어가 뒤엉켜있는 영어로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출석부로 학생 이름도 제대로 부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다시 말해 한글 표기는 그 나라 고유의 언어를 그대로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자라는 의미다. 대중주도사회! 훈민정음을 통하여 우리 모두 지혜로운 선조들의 미래 예측과 축복을 십분 활용하기를 바란다.      

 

박항준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현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현 (사)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부회장

현 (사)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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