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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예술의전당 대학가곡축제 무엇을 남겼나?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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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트로트  잠재울  묘책 필요…국민 가곡 축제로 뻗어 나갔으면

 

지난 16일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대학가곡축제를 관람했다.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가곡 드라마’란 서브타이틀이 붙었다. 클래식 장르 중에서 한 때 상종가를 쳤던 가곡시대가 지난 것은 분명하다. 방송사가 나팔을 불면서 전국에서 가곡 공연을 펼쳤던 엄정행, 박인수 시대가 지나면서 시들해진 것이다. 

 

 K-Classic 제공

 

이후 동네방네 동호인 가곡이 붐을 이루고, 여기서 성악가들이 좀은 자존심을 꺾어가며 기대는 모습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가곡은 고작 연명하는 수준이었다. 이러다 시조(時調)나 정가(正歌)되는 것 아닌가하는 음악사적 관점도 생겨났다. 

 

트로트 역시 시장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업그레이드 경연대회를 요란하게 펼쳤다. 잇속에 너무나 밝은 방송국 사업부가 너나없이 트롯경연을 열어 채널만 돌리면 나와 식상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타들이 나왔고 몇몇은 빌딩(?)사는 수준의 광고 수주한다고 하니, 방송의 열풍을 타지 않고서 국민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서 성악가의 본령(本領)은 힘이 빠졌지만 오페라에선 기(氣)가 살아났다. 메트를 옮겨 놓은 듯한 기량의 성악가들이 지난 대구오페라개막 공연에서도 발견되었지만 정부의 예산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길지 않고, 탈이 난다. 몇 몇 스타 성악가들이 소속사에 묶여 전국 투어를 하면서 1~2년 만에 목에서 쉰소리가 날 지경이 된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아직 성대가 튼튼하기도 전에 얼굴 예쁘고 소리 잘 낸다하여 무슨 싱어로 몰려다니지만, 이게 좋은 방향이 아니지만, 걱정들은 많지만, 묘책이 있었는가? 예술의전당기획 ‘대학가곡축제’를 보는 필자의 시선은 그래서 좀 복잡하고 미묘하다. 이걸 테마로 몇 편의 논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곡 모르는 세대 끌어 당긴 것이 성공 

 

이번 축제는 일단은 성공이다. 가곡이 뭔가요? 하는 세대에게 가곡 브랜드를 알린 것이 그러하다. 경연식으로 자기 부르고 싶은 곡 부르면서 청중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기존 가곡 콘서트 관행에 생각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사실 가곡이 태어난 배경은 다르지만 창작 배경에는 사회성이 스며들어 있다. 그런데도 가곡 무대가 성악가가 자신의 '18번 발표회’ 자리는 아니란 것이다. 기획, 프로듀싱을 통해 드라마에 시간의 옷을 입혀 각색한 것은 상품으로서 고객을 만나는 정성스런 일이다. 

 

교수들이, 성악가들이, 상품 기획력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했고, 기획사또한 투자를 해 뽑을 자신을 갖지 못했다, 때문에 가곡의 위기는 말했지만 실행에  이르진 못해 가곡은 제 자리 걸음일 수 밖에 없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연계는 앞으로의 과제 

 

언뜻 보기에도 대학가곡축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통할 것이란 예감이다. 오페라에 비해 저예산이고 효과는 그 못지않다는 것을 이날 콘서트는 확인 시켜 주었다. ‘가곡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을 것 같고 그 진원지가 예술의전당이라면... 
 
그렇다. 하지도 않고 말 늘어놓는 것 보다 저지르면서 고쳐가는 게 답이다. 유인택 사장과 관련 기획자들의  노고가 박수에 힘입어 출발선에 선 것 같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한 것은 큰 희망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외국 유학 안가도 될 것 같고, 당당해진 무대의 모습에서 싱그럽다. 관객들이 출연자들의 젊은 에너지에서 힐링을 받을 만큼 무대는 이렇게 싱싱해야 한다. 

 

또 하나, 전공자가 아닌 경우도 얼마든 출연이 가능한 것에서 아마추어들에겐 거의 혁명 수준의 판타지가 제공되었다. 동호인 수요가 확장될 것은 뻔하다. 그러니까 가곡이 대학을 넘어 국민가곡으로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된다면 가곡이 살아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개선할 문제들도 여럿 보인다. 마이크 사용이 표준화되어도 좋은가? 어느 성향의 작곡가가 지배적이면서, 순수 예술가곡의 성장이나 균형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예당이 확실한 페스티벌로 키워나갈 예산과 전담 기획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전임 고학찬 사장 역시 가곡에 열정을 쏱았다. 맥이 끊기지 않고 지속 성장 가능한 브랜드 프로젝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논의가 필요하다. 이날 콘서트는 가곡 발표자 또래 청년들이 가득 모여 환호를 보냈다. 문제점들은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 속수무책의 대학이 가곡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현재 가곡을 학점화한 곳은 한예종과 안양대학인 것으로 안다. 

 

예술의전당 발(發) 대학가곡축제가 방송의 트로트가 속병(?)이 나서 잠시 주춤한 틈새를 파고들어, 코로나 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치료백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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