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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아는 것이 힘이다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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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 필자의 학창시절 당시 유명한 여성 원로 성악가로서 한국 음악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는  모 교수가 수업을 위해 강단에 올라서면서 칠판에 한문으로 ‘体講’이라는 두 글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다음 주간에는 오페라 공연이 있어서 ‘휴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학생들은 “와~ ‘체강’이다”하며 한목소리로 환성을 질렀다.

 

그저 다음 주는 휴강이라고 말로 하던지....., 꼭 칠판에 쓰고 싶으면 한글로 써도 되는데 굳이 한문으로 쓴 것이 화근이 되어 학생들의 웃음을 사게 된 것이다.

 

설마 그 교수님이 한문으로 ‘휴(休)’자와 ‘체(体)’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글자가 비슷해서 착각한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지만 그래도 어째 좀 개운치 않다.

 

▲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영국의 국회의원, 대법관을 거쳐 1617년 제임스 1세에 의해 ‘옥새상서(玉璽尙書, 국왕의 인장을 보관, 관리하면서 국왕의 명령을 공식화하는 책임을 맡은 궁정 최고위 관직)’에 임명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

 

이는 영국의 철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남긴 명언이다. 그가 평소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여기서 ‘아는 것’이란 ‘지식’을 말하는 것이리라.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듯이 많은 지식을 얻을수록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누릴 수 있다. 먼저, 전공 분야의 지식은 물론 ‘休’와 ‘体’를 구별할 수 있는 일반지식에서부터 고급지식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이기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4관 편성’이라 함은 목관, 금관, 현악, 타악으로 편성된 것을 말한다."

 

이는 지난 1981년 8월 1일 국립교향악단이 KBS로 이관될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管) 편성(註)’을 묻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한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장의 즉흥적 답변이었다.

 

【註/오케스트라의 관 편성이란 ‘플루트’, ‘오보’, ‘클라리넷’, ‘바순’등 목관악기의 수가 2명씩(8명)이면 '2관 편성', 3명씩(12명)이면 '3관 편성' 4명씩(16명)이면 '4관 편성'이다. 이렇듯 이 네 개의 목관악기가 각기 몇 명의 주자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관 편성이 정해진다.】

 

물론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관료에게 관 편성까지 아는 지식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국립교향악단의 KBS 이관에 따른 기자회견 발표자로 나온 행정 주무국장으로서는 준비가 덜 된 답변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민간 오페라 단장이며 대학 교수인 어느 중견 성악가를 만나 대화하는 중에 오케스트라 관 편성에 대해 물으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뿐이랴, 평소 비교적 가깝게 지냈던 성악과 출신의 어느 음악평론가도 이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수라면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 음악평론가라면 평(評)을 쓰기 위해서, 오페라 단장이라면 공연제작을 위해서..... 특히 오페라는 ‘바그너’가 작곡한 대규모의 오페라에서 소규모 오페레타에 이르기까지 함께 협연하는 오케스트라의 관 편성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이들이 오케스트라 관 편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지식에 앞서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분야의 상식조차 모르고 있는 우리 음악계의 참담한 현실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암담할 뿐이다.

 

문득 과거 40년 전 음악 전공자도 아닌 문화공보부 일반 관료가 오케스트라 관 편성을 모른다고 비판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있다.

 

지난주일 어느 교회 예배에서 한 쏠리스트의 독창을 들었다. 나운영 선생이 작곡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성가곡이다.

 

곡 중 “나로 하여금 푸른 초장에 눞게 하시며”라는 음절은 가사 끝인 ‘며’의 멜로디가 하향하며 길게 이어지는데 그 음정이 약간 까다로워서 음악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부를 때 자주 틀리기도 하는 부분이다. 역시 이 독창자도 같은 부분의 음정이 정확치 않았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이름 앞에 테너(Tenor)라 소개한 것이나, 무대매너와 발성 등을 보아 아마츄어는 아닌 것 같았다.

 

몇 년 전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과거 필자가 LA 지역 어느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로 있을 때 대원으로 함께 지내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대화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 지휘자님, 혹시 한국의 성악가 중에 000라는 분을 아시나요?

- 잘알죠. 그런데 왜 그러시죠?

- 그분이 무대에서 부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던데 음정과 박자가 엉망이더군요. 우리같은 아마츄어도 지휘자님이 여러차례 반복해서 연습시키시는 덕분에 틀리는 사람이 없었는데 성악가가 그래도 되나요? 동영상을 보내드릴테니 한번 보세요.

- 성악가도 사람인데 틀릴 수 있겠죠..... 하며 부끄러운 마음에 대화를 다른 주제로 바꾼 적이 있다.

 

다음 날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 역시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바로 그 부분의 음정이 정확치 않았다. 아니, 정확치 않은 것이 아니라 아예 딴 음을 내고 있었다.

 

더욱이 “진실로 선함과”라는 가사 부분의 ‘로’는 ‘두 박자 반’인데 ‘두 박자’만 끌고 넘어가는 바람에 오케스트라 반주와 맞지 않아 매우 어색했다. 특히 그 부분은 반복되는데 두 번 다 틀린 박자로 부르는 것을 보니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더더욱 문제인 것은 성악가가 음정과 박자가 틀리는 것도 부끄러운데 그 부끄러운 자신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올린 사실이다.

 

지난날, 당시 유명 성악가들이 농담으로 하던 재미있는 말들이 생각난다. 즉 '순 성악가', '목재비' 등의 표현이다. 이 말은 ‘성악가는 노래 외엔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성악가가 자신이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의 음정, 박자마저 틀리다니..... 이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성악가에게 있어서는 음정과 박자를 지키는 것이 '지식'이다. 

 

어쩌다 보니 이 글에서는 성악가가 두드러졌지만 모든 음악가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음악가들 중 일부를 지칭하는 것임을 밝힌다) 음악가는 설사 ‘휴강(休講)’과 체강体講)’은 구별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음정과 박자는 지키고, 오케스트라 관 편성 정도는 알아야 그나마 음악가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작은 힘이 되지 않겠는가?

 

또한 명함에 음대 교수, 음악평론가, 오페라단장이라고 적었으면 최소한 명함 값은 해야 하는 것이 음악가 이전에 세상을 살아가는 직업인의 도리일 것이다.

 

오늘은 앞에서 어차피 언급된 곡이니 나운영 선생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 - 레도라라 - 쏠미미 - 레미 - 쏠라 ~"

 

1954년 어느 날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나운영 선생의 올갠 전주가 끝나자 부인 유경손 여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운영 작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가 초연되는 순간이었다.

 

나운영 선생은 기도하는 중 구약성경 시편 23편 구절과 함께 악상이 떠올랐고 곧 오선지에 그 곡조를 옮겨 적었다. 불과 3분여 동안에 반주곡까지 완성되었고 이제껏 단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헨델'이 오라토리오 '메시야'를 단 21일 동안에 작곡했는데 특히 ‘할렐루야 코러스’를 작곡할 때는 하늘에서 찬양소리가 들려와 미친듯이 눈물을 쏫으며 오선지에 옮겼다는 일화와 같다.

 

전문가가 메시야 전곡을 사보(寫譜) 하는데도 최소 30일 이상 걸리는데 헨델은 이를 21일 만에 작곡하고는 "이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 내가 작곡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운영 선생도 "이 곡은 하나님이 주신 곡조다"라고 늘 말해 왔다고 한다.

 

이 성가는 현재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크리스챤의 애창곡이 되었다.

 

나운영 선생은 '가려나', '달밤', '아! 가을인가' 등의 우리가곡과 여러 장르의 주옥과 같은 작품들을 남긴 한국 음악사의 주인공 중 한 분이다.

 

 

나운영 작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지휘, 윤학원 / 연주, 인천시립합창단

 

이 곡은 성악가들이 youtube에 올려놓은 동영상은 많으나 앞서 우려한 대로 음정과 박자를 정확히 지킨 동영상을 찾기 어려워 인천시립합창단의 연주를 선택했다.

 

지휘자 윤학원 선생은 과거 선명회합창단, 대우합창단, 인천시립합창단 등의 상임지휘자로서 우리나라 합창부문 발전에 공로가 많은 분이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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