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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국민 모두가 정치인인가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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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 L.A.에 사시던 분이나 이 지역을 자주 드나드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L.A. 한인타운에 있는 맥도널드(McDonald's)는 한인 전용 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햄버거', '치즈버거, '콕'..... 등 일부 메뉴는 한글로 써서 붙여놓을 정도이고 실내 중심 벽면에는 태극기와 하회탈, 민예품이 담긴 대형 액자를 걸어놓아 마치 한인들의 전용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곳은 젊은이보다는 주로 연세 높으신 분들이 많이 찾아, 가히 한국의 노인정을 방불케 하는데 테이블마다 한국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의 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그런데 그분들의 대화를 곁에 가서 들어보면 거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적어도 고희(古稀)는 훨씬 지나 팔순 안팎으로 보이는 노인들이지만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정치에 대한 일가견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 L.A. 한인타운 (Western과 7 Street)에 있는 '맥도널드' 체인점

 

▲ 맥도날드 내부 벽면에 부착된 태극기, 하회탈 등 민예품의 대형 액자 모습 


그러나 들려오는 그분들의 대화 내용에 대해 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나라를 위하는 건설적이고 유익한 발언보다는 거의 욕설에 가까운 비판 일색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그 X이 죽일 X이야!" 등등....., 목 언저리가 빨갛게 상기된 채 비난의 목청을 높인다. 어디서 귀동냥으로 듣고 와서는 자신 있게 떠들어 대며 흥분하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아무튼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렇게 정치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요즘 sns를 통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facebook, twitter, blog마다 정치 글이 넘쳐난다. 그러나 남다른 정치적 지식에 의한 소신 글보다는 거의가 tv 패널들의 발언이나 이미 보도된 기사를 다시 올리는 수준이다.

 

한번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걱정과 칭찬이 실로 눈물겨울 정도다.

누군가가 화두를 던져놓으면 이 사람 저 사람 댓글난에서 설전을 벌인다. 이는 직업 정치꾼들이 펼쳐놓은 무대 위에 엑스트라로 자진 출연하여 서로 싸움질을 하는 모습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온 국민, 게다가 재외국민까지도 정치 싸움판에 뛰어든 듯하다. 국회도 싸움판이고 거리도 싸움판이고 인터넷도 온통 치열한 싸움판이다. 아마 싸우는 것이 정치인가 보다. 

이런 사람들마다 공통적인 변(辯)이 있다. 바로 '애국심의 발로'라는 거다.

진정한 애국이란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모두가 본연의 일보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싸움질하는 것을 애국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 국민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이 딱할 뿐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정치인인가?  아니면 정치권력 만능국가라서 그런가?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국민 모두 정치인이 되면 그 외의 다른 분야는 누가 맡는다는 말인가?

고대 인도의 마우리야(Maurya) 왕조 제3대 왕으로 남부의 일부지역을 제외한 인도 전역을 통일하여 전성기를 누렸던 인도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일컬어지는 ‘아쇼카(Ashoka, 阿育) 왕’은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다섯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고 선포했다.

 

그 '다섯 그루의 나무'는 1.약 나무 2.유실 나무 3.땔감 나무 4.건축용 나무 5.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아쇼카는 이를 두고 “다섯그루의 작은 숲“이라고 했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블로그 명칭이 ‘꽃을 피우는 나무’인 것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 분야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도 각자 자기 분야에 정진하는 사람들로 조직된 모임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정치인이나 정치판에 뛰어들어 비판의 소리를 높이는 분들을 보면 나름 말 잘하고 유식하다. 그러나 그 달변과 지식을 바르게 펼칠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정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 정서가 메말라 마음은 차갑고 입만 살았다. 그래서 온통 정치판에 끼어 소모적인 헛된 논쟁만 일삼고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 가끔씩 시(詩)도 읽으시고, 그림도 감상하시고, 음악도 들으시며 정서를 함양해보시면 어떨까 싶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정치하시느라 목 언저리가 빨개지신 분들, 순수한 음악 한곡 들으시며 좀 식혀보시기 바란다.

약 9년 전 세계음악계에는 지휘자 ‘에드워드 유데니치 (Edward Yudenich)’가 화제였다. 당시 9세밖에 되지 않은 우즈베키스탄(Uzbekistan)의 신동이다. 

유데니치는 이미 7세 때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를 비롯해 ‘리스트’의 '전주곡',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명작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레퍼토리로 우즈베키스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우즈베키스탄 국립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함으로 신동 지휘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체를 암보(暗譜)로 지휘한다. 음악을 꿰뚫고 있는 듯 뛰어난 표현력과 정확한 비팅, 그리고 섬세한 감정의 표현까지 보여주는 그의 지휘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오늘은 이 에드워드 유데니치가 지휘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명작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듣고자 한다. 

전 3막으로 구성된 오페레타 '박쥐'는 우리에게 '왈츠의 황제'로 알려져있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걸작이다.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가는 졸부 근성의 남작. 남편을 경멸하면서도 재력만을 보고 결혼한 아내. 화려한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하녀 '아델레' 등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골탕을 먹이기 위해 얼굴을 위장하고, 감정을 위장하고, 거짓말로 서로 속고 속이는.....

 

'박쥐'는 이런 거짓된 자들을 비꼬는 내용의 가극이다.

이 오페레타는 섣달그믐 날 밤에 일어난 사건이 소재이므로 빈, 뮌헨 등 독일어권에서는 연말이 되면 늘 단골 레파토리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무려 26년간 16개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바로 이 '박쥐' 이다. 

과거 필자가 제작 파트를 맡았던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예술제에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단’이 참가하여 이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할 때 당시 유명했던 지적(知的) 코미디언 ‘후라이보이(곽규석)’가 출연하여 코믹한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오페레타 '박쥐' 중에서도 '서곡'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서곡'은 우리나라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07-2008 시즌에 안무 음악으로 사용하므로 더욱 유명해진 곡이기도 하다. 

곡 전체에 왈츠의 리듬이 깔려있어 듣는이의 마음을 들뜨게하는 흥겨운 작품이다. 일곱 살의 '마에스트로'(Maestro) 에드워드 유데니치가 지휘 하는 우즈벡키스탄 국립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시기 바란다.

 

 

.J. Strauss - Overture to "The Bat". Conductor - Edward Yudenich

 

이렇듯 순수한 동심이 빚어내는 음향이 정치 싸움판에서 깊이 병든 마음들을 낫게 하는 치료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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