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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표 칼럼] 간판은 왜 대표가 되었는가?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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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첫인상이 그의 가치를 90% 이미 결정한다. 관상을 보는 전문가는 첫인상을 보는 순간 그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것을 간파한다. 얼굴의 요모조모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벌써 대략 알게 되는 것이다. 첫인상은 그렇게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기거나 파악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물주나 건물에 세 들어 있는 입주자들은 건물이나 매장의 얼굴이며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팀에서 최고의 에이스 즉 대표선수를 흔히 간판선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간판은 원래 건물의 입구에 붙은 안내판인데 왜 대표라는 의미로 쓰였을까? 건물의 안내판만 봐도 그 건물이나 매장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인의 인품과 취향은 물론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품질까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간판이 그 건물이나 매장의 첫인상과 같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대표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즈음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얼굴을 관리하고 화장을 한다. 첫인상을 좋게 해서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생길 수 있는데 첫인상 때문에 아예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청춘남녀가 교제를 할 때도 첫인상을 좋게 해서 둘 사이에 진전이 있으면 나중에 조금 불만족스러운 면이 노출돼도 무마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매장의 간판도 그와 같다. 간판의 유혹으로 고객이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한 바퀴 둘러보면서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둘러보게 되고 그러다가 구매의욕이 발생하게 된다.

 

광고 모델들은 화장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나 이미지가 전혀 달라진다. 그런데 그 화장을 아마추어가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추어가 화장한 모델로 광고 화면을 촬영하면 광고 효과가 있을까? 비싼 광고 모델을 기용하면서 화장 비용을 아끼려고 아마추어 화장 기술자를 고용한다면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건물의 간판도 그와 같다. 비싼 건물을 지어 놓고 혹은 고가의 인테리어로 매장을 장식해놓고 간판 비용이 아까워서 아마추어에게 간판을 맡기면 그 건물이나 매장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 줄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배우는 화장발이고 제품은 광고발'이라는 말이 있다. 상품의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아름다운 포장과 고급스러운 전시를 해놓으면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어차피 제품은 점주가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점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똑같은 상품일지라고 그 상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바로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간판을 설치하는 것이다. 판매는 거기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간판은 말은 하지 않지만 영향력이 매우 큰 대표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구의 간판은 말 그대로 그 건물이나 매장의 간판(대표)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판을 너무 싸구려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얼굴에 고급 화장품을 발라서 자신을 당당하게 표출하듯이 건물의 얼굴에 해당하는 간판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에 비유하면 간판은 단순한 영업사원이 아니라 영업 부장이나 영업 담당 이사에 해당하므로 간판도 그에 준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전원표   

디자인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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