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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소설(小說)같은 허황된 이야기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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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979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경향신문사에 재직하면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尹伊桑, 1917.9.17.~1995.11.3.)이 친북(親北)활동을 청산하고 고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열기 위해 정부(政府)를 대상으로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에 정부의 호응으로 윤이상의 작품 연주에 대한 해금(解禁) 조치를 받아 1982년 9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렸던 ‘제7회 대한민국음악제’에서 마지막 이틀간인 24, 25일은 ‘윤이상 작곡의 밤’이라는 명칭 아래 그의 작품만으로 특별연주회를 갖은 바 있다.

 

이를 위해 그가 추천한 미국 출생의 지휘자 ‘프란시스 트래비스’, 스위스 출생의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등 국제적 명성을 지닌 연주자들을 다수 초청하여 국내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하였다.

 

이 음악제에서 윤이상 작곡의 밤 연주회는 물론, 개막공연의 지휘까지 맡았던 프란시스 트래비스는 윤이상과 오랜 교분을 쌓은 절친(切親)으로 그 후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도 지휘를 맡아 내한(來韓)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가 2002년 내한 직후 ‘부산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982년 대한민국음악제 개막연주 때 숙소인 시청 앞 플라자 호텔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가는데 세 번이나 검문을 당할 정도로 한국의 상황이 살벌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한 발언이 여과(濾過)없이 그대로 보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누구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경찰의 눈에 수상해 보이는 자가 발견되는 경우 그를 불심검문(不審檢問)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치안(治安)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시청 앞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의 복잡한 대로(大路)에서, 달리는 승용차를 세 번씩이나 검문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그 승용차는 필자 소유의 차로, 필자가 직접 운전했으며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니 생각할수록 참으로 어이가 없는 거짓말이다.

 

아무튼 이는 국제신문의 오보가 아니라면, 친북 음악가 윤이상에게 세뇌된 지휘자 트래비스의 거짓 증언으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아마도 프래비스는 한국을 마치 북한(北韓)처럼 절대 권력자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하는 살벌한 사회로 인식한 듯하다.

 

그런데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난 오늘날, 과거 지휘자 프란시스 트래비스가 세 번씩이나 검문 당했다고 거짓말을 한 바로 그 도로에서 실제로 검문이 실시되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라는 명분으로 개천절인 지난 2020년 10월 3일과 한글날인 10월 9일, 그리고 2021년 광복절인 8월 15일 시청 앞과 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광장을 원천통제하고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한 삼엄한 검문검색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일부 시민단체가 집회를 예고하자 당시 국무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어떠한 집회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특단(特段)의 조치(措置)를 경고한 바 있다. 

 

참으로 시대적 아이러니(Irony)라 아니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는 감염된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기침이나 재채기, 그리고 말을 할 때 입에서 나오는 비말(飛沫)을 통해 퍼진다. 또한 환기(換氣)가 어려운 밀폐된 실내에서는 공기전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러한 특단의 조치는 시청 앞이나 광화문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이렇듯 코로나 방역을 위해 특정지역에서 모든 차량에 대한 삼엄한 검문검색이 실시되고 있는 같은 시간,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나 지하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채 자유롭게 운행하고 있었다.

 

지난 1월 20일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그날 하루 국내 신규코로나 확진자는 6.603명으로 집계되었다. 더욱이 곧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優勢種)이 되면서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일 평균 7천 명 확진 땐 ‘오미크론 대응단계’로 점진적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이제 달포 후에 시행될 대선(大選)을 앞둔 시점에서 코로나 확산에 대한 정부의 방역 계획에 대해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갖게 한다. 즉, 전국적으로 점차 코로나 방역 수위를 높여 1월 말이나 2월 초에는 방역 5단계로 격상시키고 비상시국을 선포, 3 · 9대선을 비대면투표, 즉 전자투표로 실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세간(世間)의 예측에 신빙성을 높혀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 등 11명의 국회의원이 “‥…출력된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기존방식 이외에 투표용지의 출력 없이 전자적 방식으로 기표가 가능하도록 하여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폭넓게 보장하도록 하려는 것임”이라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해 9월 27일 입법 제안한 바 있어 혹,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이를 전 국민에게도 적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세계가 공식 인정한 ‘선진국’이다. 지난해 7월 2일 자로 UN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이렇듯 선진국으로서의 위상과 국격을 갖춘 대한민국이 코로나 확산방지를 빙자, 비대면 전자투표 등의 편법 시행으로 세계 각국, 즉 우리와 같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후진국들로부터 정치적 오해와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실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예측은 ‘소설(小說)같은 허황된 이야기’에 그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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