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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통일은 직선이 아니다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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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명칭 남북교류협력부 개명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통일로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곡선 중에서도 우여곡절의 협곡과 지상, 공중, 바다의 입체성을 통합으로 보는 다초점의 시선(始線)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때 시선의 높이와 각도만 중요한 게 아니다. 순발력과 유연성의 필요이다.

 

왜냐하면 주가 변동보다 더 심한 시시각각의 첨예한 주변국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눈을 부릅뜨고 있고 어느 것 하나 청와대 등 윗선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서는 차렷 부동자세가 아닌가.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직될 대로 경직된 통일의 문제는 그 성격부터 고쳐야 한다, 고집이 강한 아이나 자존심이 센 아이에게 훈계를 하거나 교육으로만 가르치려 한다면 되겠는가. 요즈음 방송가를 석권한 오은영 박사처럼 아이의 심리 내면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설득하는 달인의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게 공무원 책상에서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된다. 때문에 공을 민간으로 넘기라는 것이다. 권한만 쥐고 책임은 두렵고. 가만있어도 세월은 가는데, 괜히 일 만들어 복잡해지는 것 좋아하지 않기에 통일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에나 있는 것일까?

 

막연한 환상보다 절차와 방법 등 구체직인 실타래부터 풀어야 

 

지난달 27일 오후 2시 aT창조센터 창조홀에서 한국경제문화연구원(회장: 최세진)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민간주도 남북교류협력’은 참가자 면면도 그러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끌어낸 것은 ‘통일부’ 명칭을 ‘남북교류협력부’로 개명하자는 제안이었다.

 

민간이 접촉할 수도 없고, 절차와 방법에서부터 높은 장벽이 쳐져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대목에서 통일의 문제엔 거시적 입장 못지 않게 절차와 과정의 실행이 중요하고, 경직을 풀기 위해서라도 민간의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당장 남북이 부르는 우리 민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는 학술적 행사부터 해보자고 했다. 여기에 남북한 청소년 음악 콩쿠르를 하면서 조선민족의 음악적 우수성을 재확인해 보는 행사를 기획한다면 북측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예술의전당에서 북한 가곡을 진행한 프로그램을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송금호 작가는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의 전망과 역발상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의 가상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듯 시나리오를 펼쳐 모골송연한 장면을 그려 보게 했다. 가장 축적된 노하우로 발표한 김정태 평양대마방직합영화사 이사장은 “역대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교 평가하면서  통일이야 말로 반짝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숨 쉬듯 누구라도 관심을 갖고 서로가 통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민간에게 일정 역할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개성 공단 하나에만 치중해서는 안되는 다각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리 보는 평양의 일상’에서 진천규 통일 tv대표이사는 “가깝지만 너무 멀고, 너무 모른다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다. 때문에 정치가 아닌 문화, 스포츠, 생활에서부터 정보 공유를 하는 TV 채널을 내년 상반기에 만들고자 하니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했다. 그가 가장 많이 왕래했고, 자료 DB화가 되어 있는 만큼 물꼬를 트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스포츠를 통한 남북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의 박항준 누림 경제발전연구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도 높은 농구에서 ‘평양 연교 프로농구단 창단’을 하는 실례를 들어 그 효과를 설명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토론은 여느 토론회에서처럼 시간이 모자란 듯했다. 그러나 ‘현장’이 통일의 초석이 되어야 하고 그것도  민간이 주최가 되어야 한다는 합의는 토론의 큰 성과다. 문제는 통일부의 자세다. 쉬운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푸는 대화의 단계별 과정을 존중하고, 안된다, 못한다, 알아서 해오라는 등의 고압적 자세를 얼마나 누그러트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민간단체들의 각성도 있어야겠다. 중구난방, 우후죽순이 아닌 민간협의체 간의 조율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방향은 잡혔다.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남북이 만날 수 있는 미팅 공간 하나라도 합의해 만들고 ‘고향의 봄’ 합창이라도 부를 수 있는 스테이지 하나 만들 순 없을까? 

 

  ©한국경제문화연구원 제공

 

봄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분위기 조성을 민간이 할 수 있도록  

 

“강이 풀리면 봄이 오겠지, 봄이 오면은 임도 오겠지, 임은 못 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김동환 시, 오동일 작곡의 우리 가곡이다. 이런 설레임과 기다림이 국민들 각자의 마음속에서 움터야 한다. 

 

아! 풀풀 먼지 날리며 정주영 회장님의 소떼가 철조망을 뚫고 통일의 신작로를 달렸던 그 어느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민간의 탁월한 발상과 추진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통일부는 키(Key)를 넘기시라. 그리하여 강은 얼었어도 그 아래로 흐르는 민심의 물살이 잔잔히 흐르다가 어느 봄날 개나리, 진달래 꽃망울 터지듯 조국의 땅과 들녘을 뒤 덮을 날을 고대하는 것이리라. 봄은 오고야 말 것이므로...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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