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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고] 기립박수로 환호받은 한국음악과 춤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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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샹들리에가 아름다운 극장에서 펼쳐지다 

 

지난 9월 25일, 스위스 Casino Bern에서 Charming Korea 행사가 열렸습니다. Charming Korea는 스위스 국경일을 기해 열린 한국주간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 한국 전통음악과 창작음악, 전통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공연이 마련되었습니다. 노태강 주 스위스 한국대사님을 비롯해 각국의 주요 정부 인사 및 외교단, 현지 한인 분들께서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 작곡가 임준희의 파우초 공연 모습   © 천지윤


극장 Bern은 스위스 베른 구시가 중심에 위용 있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극장 후문 쪽에서 오래된 성당의 첨탑이 보이고, 극장 계단을 한층 한층 오르면 길게 트인 창문으로 초록빛 강과 숲이 보입니다. 극장층에 위치한 테라스로 나가면 광활한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도시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여러 도시에서 공연해보았지만, 어디에 눈을 두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극장은 Bern>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화려한 샹들리에를 곳곳에 드리운 아름다운 극장. 60여 분간 한국의 전통과 현대, 음악과 무용을 넘나드는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임준희 작곡의 <파초 우>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통가곡과 생황, 25현 가야금, 플루트, 피아노의 5 중주곡입니다. 전통 성악과 기악, 서양악기가 어우러져 낯선 조화를 이루는데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현대음악의 본질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주’가 아닐까요? 5인의 연주자가 저마다의 소리로 다른 악기와 만나 조응하기도 하고 멀리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배주희 작곡가의 <그리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는 해금, 피아노, 생황 3중주 곡입니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은 이 곡은 서정적인 선율을 그려냅니다. 유경화 작곡의 <망각의 새>는 철현금, 대금, 콘트라베이스, 타악 구성으로 연주되었습니다. 한국적 정서, 동아시아뿐 아니라 서아시아의 음악적 이디엄마저 품고 있는 이 곡은 소리의 근원에 대해 상상하게 합니다.

 

이어 연주된 <수룡음>은 전통 악곡으로 대금, 생황 이중주로 연주되었습니다. 강상구 작곡 <아쟁 시나위>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영길 아쟁 연주가에 의해 연주되었습니다. 아쟁산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멋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전통무용인 <태평무>와 <장구춤>은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가 어우러져 공연의 화룡정점을 이루어냈습니다. 마지막곡인 김창환 작곡의 <상춘 가절>은 민요 창부타령 선율을 변주하며 산뜻하고 경쾌한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관객들 모두 밝은 표정으로 이 공연에 하나가 된 듯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객석에서 환호와 함께 기립 박수가 이어져 전통춤 <살풀이>로 화답하였습니다.

 

▲ 전통 태평무  © 천지윤

 

한국문화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 

 

코로나로 전 세계적 소통이 끊어진 시기입니다. 국가에서 국가 간으로 오가기란 산을 넘고 강을 넘는 어려움에 PCR 검사를 비롯한 여러 절차적 어려움마저 더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이 공연으로 다소 경직된 마음에 부드러운 물결 하나 출렁이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파동 하나가 조금 더 큰 파동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파초 우>, ‘현대음악’, ‘한국음악’이라는 생경한 세계로 이끌고 들어와 <상춘 가절>이라는 봄의 노래를 다 함께 불러봅니다. 한국음악과 무용의 향연에 흠뻑 젖어들고 시름일랑 잊고 함박웃음으로 공연장을 나가시던 관객분들이 떠오릅니다. 재차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전하시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한인 분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쟁 김영길, 가야금 윤소현, 거문고 강인아, 대금 변상엽, 이주연, 철현금 김채원, 피리 박시현, 해금 천지윤, 타악 박범태, 함동우, 전통가곡 하윤주, 플루트 박한나, 피아노 벤 킴, 콘트라베이스 이정욱, 피아노 김현섭, 무용 정효민, 구경현, 정다은, 신지혜, 박소담.

 

 

이 공연을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통예술가들과 독일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서양 클래식 예술가까지. 20인의 예술가들이 모여 ‘한국문화’라는 물결을 이루어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K-Pop, K-Drama, K-Cinema로 K-wave (K-welle), 한국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루는 시기입니다. 한국문화예술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도 실감하게 됩니다.

 

K-wave를 이루어낸 저변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예술이 있음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래도록 자신의 세계를 일구어온 전통예술인들이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극장 Bern>의 곁에서 유구히 흐르던 강물처럼 K-wave의 물결이 코로나로 인한 단절과 소통의 부재, 외로움과 고독의 아픔을 해갈해주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은 용기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문화사절단을 구성하고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공연으로 공공외교의 장을 이끌어내신 한국예술 종합학교와 문화체육관광부, 주 스위스 대사관, 주독 일문 화원 등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해금연주자 천지윤  © 문화저널21 DB

 

천지윤 (해금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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