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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미텔슈탄트-⑥] 이원적 지배구조 경영 ‘머크(Merck)’社

작업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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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 07. 06

 

# 최근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청년실업 증가, 격차 확대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날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 전반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면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및 기업 생태계에 대한 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건실한 육성도 시급한 과제다.

 

조병선 박사는 최근 수년 동안 독일의 명문 장수기업을 방문해 기업의 오너와 경영진 등 주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가졌다. 또한 해당 기업의 경영 및 역사 관련 자료와 문헌을 참고하여 이들 기업의 경영 특성과 지속가능 성장요인을 찾는 연구를 실시했다.

 

그 가운데 해당 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일곱 개 장수 가족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분석을 통해 명문 장수기업의 경영 및 사업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병선 한국가족기업연구원 원장] 머크(Merck)사는 1668년 약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345년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현재 창업자의 13대 후손이 경영하고 있다. 의약품과 화학제품 분야의 최장수 기업으로 항암치료제, 피부 노화방지 화장품 원료, 코팅제, 액정 등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히든챔피언’이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경쟁이 심한 분야는 피하고, 틈새시장을 적극 개척해 왔다. 의약품 분야에서 대학 및 연구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심혈관 질환, 당뇨병, 종양 분야의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화학 사업부에서는 액정, 기능성 화장품 원료 및 안료를 비롯해서 수질·토양·식품의 독성 검출 및 신속분석 검사법 등 자사의 강점을 살려 미래중심적인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 및 개발(R&D)전략 세계화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도 중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인재 중시 경영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사업의 성공은 사람과 더불어 시작된다.’는 머크 가문의 오랜 경영신조를 바탕으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이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든 직원에게 자기 책임아래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전쟁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위기를 겪었지만, 이 때마다 머크 집안은 직원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직원들도 위기 때마다 합심하여 이를 극복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임직원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종업원의 성장 및 발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 창출 보다 세대를 아우르는 장기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것도 머크사의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가 창업 이후 오랜 기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존속해 올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은 단기적인 실적이나 이익 보다는 다음 세대가 물려받게 될 사업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온 것이다. 이 회사의 화학 분야 주력 상품에 해당하는 액정제품의 경우,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1904년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여 LCD 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 1990년대부터는 LCD분야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였다.

 

이 회사는 2009년에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글로벌 가족기업상’을 수상하였다. IMD는 선정이유로 이 회사가 가족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시현한 점을 꼽았다. 특유의 개척정신과 용기를 발휘하여 혁신을 거듭하여 온 이외에도 독특한 가족가치 확립을 통해 후손들을 책임 있는 주주로 육성해 온 점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독특한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주목하였다.

 

이 회사는 가족기업이지만 ‘경영은 현장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는 경영원칙에 따라 일찍부터 전문경영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머크 가문은 1930년대부터 복합적인 사업을 가장 잘 담당할 수 있는 인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창업 이후 오랜 동안 유지해 오던 가족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였다. 이와 함께 가족기업으로서의 영속성 유지를 위해서 기업경영과 관련한 일상적인 업무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담당하지만, 기업경영에 대한 감독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구성원의 직접적인 영향과 통제를 받도록 하는 독특한 이원적 지배구조를 구축하였다.

 

이 회사는 기업주식의 70%를 창업자 후손인 130명의 가족이 분산 소유하고 있다. 30%에 해당하는 주식은 1995년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일반에 공개 매각하였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함과 동시에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리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식합자회사(KGaA)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족 보유 주식의 제3자 매각은 금지되며, 주식을 소유한 가족 구성원들은 기업 유지 재단을 설립하여 재단 이사회를 통해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 구성은 가족주주 대표자 1명이 이사회 의장이 되고,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은 가족이 아닌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머크 가문의 자녀들은 이 회사 조직에서 인턴십을 수행하지만, 정식 근무는 하지 않는다. 자녀 세대를 대상으로 기업 소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수행에 필요한 체계적이고도 엄격한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주식을 보유한 가족 구성원의 남다른 청지기정신(Stewardship)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창업자의 후손들은 ‘자신을 투자자가 아닌 창업자라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가족이 보유하는 자원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의 수익은 회사에 남겨두며, 원래 있던 자리로 환원한다.’는 원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KECI | 2016.07.06 13:40 | 조회 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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