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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최치원 ③] 제2권 통찰의 지혜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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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최치원 선생 후손이 펼쳐낸 전무후무 장편소설 

 

▲ 최치원 제2권 통찰의 지혜


최치원 제2권 통찰의 지혜

 

차례

 

쌍녀분

강남 아가씨와 도사

종리권의 제자들

첫사랑 보리

10년 만의 서라벌

소림사의 인연

난을 만나다

장군이 부르다

쌍가락지를 전해 주다

회남진淮南鎭에서

전란 속으로

격황소서

혼돈의 정점

황소, 물러나다

 

책 속에서…

 

현령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신임 현위를 향해 다소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그것은 마치 신임 관리에 대한 노련한 상급자의 매서운 훈육과도 같았다. 현령이 나간 후 치원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지친 몸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놓인 문서들을 살피며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때 단정히 앉아 벌써부터 일을 시작하는 치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급 관리들이 다가왔다. “이 사람아! 부임하자마자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면 되느냐. 대충 설렁설렁해. 여기는 장안처럼 요란하게 행정을 하는 곳이 아니야. 금표 현위와 적당히 상의해서 대충대충 해치워. (12p)

 

그날 밤, 제를 올린 후 시를 쓰고 나서 치원은 쌍녀분이 보이는 이씨 집성촌 마을 끝에 있는 초현역招賢驛이라는 객관에서 묵게 되었다. 객관의 늙은 하녀가 저녁상을 치우고 나자 황초가 바람에 일렁이고 칼끝 같은 그믐달이 스러지면서 치원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그때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단정한 차림의 두 여인이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그대들은 뉘시오?” 치원은 자꾸만 처지는 눈꺼풀을 부비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두 여인은 말없이 상을 내려놓고 다소곳이 예를 다해 큰절을 올렸다. “혹시 그대들은?” 치원은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때 한 여인이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31p)

 

유혼은 한스러움 떠나 외로운 무덤에 의지하며

복숭아 빛 뺨 버들눈썹 봄을 맞이했네

학을 타고 삼신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길 찾아가기 어려우며

봉황이 공중으로 날아 먼지 되었네

세상살이 그때에는 손님에 부끄러웠는데

오늘 낯모르는 사람에게 애교 부리네

시에 내 뜻 알리는 게 매우 부끄러워

돌아올 시 한 수에 한 가닥 걱정이네 (39p)

 

하얀 옷에 검은 모자를 쓴 그는 우물가를 열두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더니 이내 북쪽을 향해 주문을 외며 신령에게 무엇인가를 받고자 하는 염력 의식을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한참 동안 장중한 주문을 외웠다. 얼마 후,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미리 준비한 커다란 함지박에 물을 받고는 양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기도 드렸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북두칠성님이시여, 이제 하강하시옵소서.” 여 도사가 북쪽 하늘을 향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맞듯 정중한 몸짓을 하자 놀랍게도 함지박의 물 위에는 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 초롱초롱한 별들이 그 일렁이는 함지박의 물속에 아주 선명한 모습으로 떠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66p)

 

▲ ‘행정실명제’를 실시하여 나라와 백성의 이익을 키우는 것을 이미지(형상)화시킨 임지호 화백 그림(소설 최치원 제2권 223p)


지난밤 종리권선사는 제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소림사로 떠나는 보리가 못내 불안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마침 그 이야기를 들은 현준스님이 자청하여 보리와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다. “하, 고것이 반년도 되지 않았건만 깊은 정을 남겨 놓고 떠나가려고 하니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네. 떠나려고 한 이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울 터인데.” 선사가 빈 입맛을 다시며 허연 턱수염을 쓸어 내렸다. 종리권선사는 만귀 화상에게 전하는 서신을 현준스님에게 건네주며 보리의 앞날을 부탁한다는 말도 전하도록 당부했다. (110p)

 

“앞으로 나를 친동생처럼 여겨주세요.” 어느새 무성은 제법 스승답게 지도자로서의 위엄을 갖추며 보리의 손을 그러쥐었다. 그런 무성을 바라보는 보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치원에게서 느꼈던 따스한 기운이 새롭게 움트고 있었다. 무성이 자기소개와 더불어 친부모님에 대하여 설명했다. 부모님의 선대는 옛 고구려 왕족의 후손이었다. 그런데 고구려가 멸망하자 가솔들을 이끌고 당나라로 건너와서 황족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비교적 높은 벼슬도 얻었다. 무성의 아버지는 무당파 방주고, 그의 어머니는 황실의 공주로서 혼인을 하여 무성을 낳은 것이었다. (131p)

 

황제의 명은 지체 없이 이어졌다. 그제야 고병 장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고병 장군 옆에서 처음부터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장군을 보좌하던 젊은 종사관도 함께 일어나 절도 있게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 황제는 의례적으로 예를 받다가 그 젊은 종사관을 주목했다. “그대는 짐이 어디선가 본 듯한데?” 황제가 고개를 내밀며 젊은 사내를 주시했다. “폐하, 이 젊은이는 폐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던 건부원년乾符元年에 장원 급제를 했던 제 종사관 고운顧雲입니다.” 고병 장군이 웃으며 황제에게 고운을 소개했다. 그제야 황제는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151p)

 

대장군은 최치원의 보고를 받고 명문의 격문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대장군의 명을 받은 치원은 호몽이 기다리는 신혼의 달콤한 꿈도 잊은 채 도덕경과 춘추전과 손자병법은 물론 과거 전쟁에 있었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행적 중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제갈공명의 적벽전 등을 소상히 파악하였다. 바르게 살지 않고 나쁘게 살면 하늘·땅·사람 지하에 있는 모든 영혼들도 너를 죽일 것이며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황소에게 벌을 내린다는 요지로 이 시대는 물론 후세대까지 최고의 격문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격황소서를 작성했다. (217p)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두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22p)

 

치원과 평소에 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돈독히 쌓아 왔던 문인들과 문사들도 모두 찾아왔다. 그들은 저마다 비단에 자신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기념품으로 들고 왔다. 그중에는 운하 지역에 사는 진사 양섭오만과 강동 제일의 시인으로 이미 문명을 떨치던 나은도 있었다. 나은은 치원보다 스물네 살이나 나이가 많아 이미 백발을 흩날리고 있었다. 치원은 이미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서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나은의 손을 잡고 안타까워했다. “형님은 이미 강동 제일의 시인입니다. 그까짓 진사가 뭐 그리 대단합니까? 진사에 대한 미련은 버리세요. 형님은 이미 강동을 넘어 천하제일의 시인이라는 것을 이 당나라에서 모르는 이가 또 있습니까? 문명으로 만족하십시오.” (285p)

 

한나라 황조의 경우 이웃 해동국에서는 해와 달 하늘과 땅 사람이 모두 하나라고 일찍이 주장하는 현자들이 많아 그곳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옛날부터 전해오고 있음을 안 황제가 그곳에 가서 홍익인간 사상을 알아오라고 사신을 해동국에 보냈고 진나라 시황제도 불로초(일명 황칠 또는 황금 옻나무를 말함)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해동국으로 보냈다는 것이 생각나서 나라와 나라 간에 백성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입고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공기(長風)와 허공에 떠있는 해와 달은 똑같이 보고 있으므로 해와 달을 볼 때마다 그댈 생각할 것이라고 고운에게 말했다.(293p) (계속)

 

지은이 최진호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총무처 기획예산담당, 국세청 기획예산담당,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리과 서기관, 국세청 인사계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탑코리아세무법인 대표이사 회장, 불교아카데미 이사, 한국세무사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우리말 불교경전'을 펴낸 바 있다. 변화는 많지만 하나로 꿰어 있고 무게가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은(萬變一貫多重而不沈) 최치원에 대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최치원의 사람 사랑과 나라 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일념(一念) 하나로 작가는 지난 30년 동안 유적지를 답사하고 연구한 자료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설화 작업을 해 책으로 펴냈다. 

 

최진호 장편소설 '최치원' 1권 성인과의 만남(300p). 2권 통찰의 지혜(296p). 3권 꿈꾸는 별(324p). 4권 하늘의 비밀(332p). 5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348p) / 도서출판 집사재 / 신국판(152×225) / 1쇄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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